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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인생의] 생일케이크, 그 순간과 맛을 기억한다.
2016-01-22 오후 1: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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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비앙또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일년 중 단 한번은 먹게 되는 케이크 바로, 생일 케이크다. 생일 케이크를 떠올리면 여러분은 어떤 추억이 생각나나요? 늘 기쁜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겠죠. 내 생애 가장 서럽고 슬펐던 생일도 있고, 평생 기억하고 싶은 가장 기쁘고 행복한 추억도 있을 거에요.
나이를 한 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축하도 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우울할 까 미리 걱정하기도 하고, 올해 받을 생일 선물과 케이크에 벌써부터 신이 나기도 해요. 가족의 막내도 이 날 만큼은 가장 맛있는 케이크를 혼자 고르겠다고 잔뜩 흥분해있어요. 오늘은 형도 제 마음대로 내 케이크를 고를 수 없고, 떼쓰는 동생에게 양보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날이니까요.
세월이 흘러, 케이크에 꽂히는 초가 바뀔 때마다, 생일 케이크를 마주하는 기분도 달라집니다. 2016년, 전국민 모두가 공평하게 한 살이 더해진 시점에 여러분은 생일 케이크에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 여러분에게 생일 케이크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다음은 우리 기억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일 케이크와 관련한 추억과 그때 느꼈던 감정들에 대하여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입니다.
딸기생크림케이크 by 라본느
20대 중반, 여, 의상디자인과 대학생
①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 케이크는 올해 생일이었다. 졸업쇼 준비 때문에 올해 생일은 학교에서 야간작업을 하다가 친구들의 축하 메세지로 알게 되었다.
사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고맙다는 답장도 제대로 못하고 며칠이 지났다. 그러다 갑자기 내가 안쓰럽고 나 스스로에게 힘내라 하고 싶어서 케이크를 야식으로 사다 먹기로 했다. 학교 근처 파리바게트 생크림 케이크를 사와서 그날 밤 야작 하는 내내 계속 먹었다. 사실 마음의 위안은 케이크를 사러 가는 길에 이미 다 돼서 케이크를 먹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다. 그래도 올해 생일 케익이 한참 힘들 때 위안이 되고 다시 열심히 작업할 수 있는 힘을 주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② 제가 생일 케이크를 살 때는 같이 먹는 친구들 인원수랑 친구들 취향도 반영해서 골라요. 다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게요!
③ 단 음식을 좋아해서 평소 조각케이크나 미니케이크는 자주 먹는데요. 오히려 생일에는 잘 안 먹게 돼요. 생일을 챙기거나 떠들썩하게 보내는 걸 피하는 편이거든요.
‘생일케이크’ 하면 파티와 연관된 느낌이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친한 친구들 외에 아는 사람들이 페북에서 보고 축하하거나 인사 차 축하하는 건 무의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서로 귀찮은 것 같고. 또 태어난 이후에 매일매일이 제 생일이지 않을 까 생각해요. 보통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만 하고 지나가요.
생일 케이크 by 라듀레
20대 중반, 여, 호텔리어
①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대부분 다 기쁜 생일이어서 기분 좋은 ‘느낌’만 있고 ‘생각’은 잘 안 나거든. 근데 19살 때 보냈던 생일은 너무 또렷해서 잊을 수가 없어.
왜냐하면 그 날 내가 정말 많이 짝사랑했던 남자애가 내 친한 친구에게 고백을 했거든. 왜 하필 그날이었을 까. 내 생일이니까 내가 가장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가장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줄이야. 생일날 밤 그 소식을 듣고 집에서 눈물콧물 쏟으면서 울었는데 이성 때문에 그렇게 운 적은 태어나서 처음 이었을 거야. 그 날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이야.
② 여태껏 먹어봤던 케익 중에는 롯데호텔 베이커리 델리의 케익이 제일제일 맛있었어요. 티라미수 케이크랑 딸기 케이크, 진짜 그 맛은 잊혀지지 않아요.
③ 저는 생일 말고는 케이크나 디저트를 거의 접하지 않아서요. 케이크 먹는 날은 ‘누군가의 생일’을 기억하게 해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요. 그 케이크를 보면 누군가를 향해 축하 노래를 불렀던 그 순간이 떠오르니까요.
20대 후반, 여, 영어교사
① 올해 내 27번 째 생일은,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돼서 이별 극복 중에 맞이했다. 회사 사람들이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줘서 우울한데도 기뻐해야 했다.
유일하게 내 생일을 챙겨준 사람들인데, 내가 더 우울했던 건 내가 좋아하지 않는 파리바게트 모카 케이크로 축하를 해줬기 때문이다.. 모카 케이크 제일 싫어하는데 왜… 다른 사람들 생일 때는 치즈케이크, 티라미수 사줬는데, 나만 모카… 그래서 내 인생의 가장 웃픈 케이크는 모카 케이크다.
③ 생일 케이크 라고 하면 이제 내가 20대 후반이니까 나이 먹는 거 싫다. 올해는 초가 몇 개나 꽂힐까 생각도 들고, 그냥 왠지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희망적인 느낌도 있다.
생과일 케이크 by 아비앙또
30대 초반, 여, 개발자
① 생일 케이크를 떠올리면 빵보다는 함께한 사람들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생일케이크를 혼자 먹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 늦은 시간까지 가족들이 귀가하기를 기다렸다가, 다 모인 자리에서 초를 불고 축하 받았던 그 순간 순간이 모두 특별하다.
② 생일에는 생과일 케이크를 찾는다. 달콤한 과일이 좋고, 빵이랑 생크림이 부드럽게 어울려서 좋다. 여럿이 먹으니 케이크는 항상 크고 푸짐한 걸로 준비한다.
③ 평소에는 케이크 잘 안 먹는데 생일 때는 꼭 케이크를 먹어야 한다. 안 먹으면 생일 안 챙긴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그래서 케이크는 상징적인 거다. 케이크를 사온다는 건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티를 내는 것.
고구마 케이크 by 라듀레
30대 초반, 여, 백수
① 몸이 아프기 세달 전에 연하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며칠 후, 내 생일에 일 끝나고 동료들과 파티를 하기로 했어. 그날 전남친이 파리바게트 생크림 케이크를 사와서 뭉클했던 기억이 있어. 내 생일을 기억할 줄 몰랐거든. 케이크를 받고, 나는 동료들과 술을 마시러 가서, 고구마 케이크를 먹고, 또 뚜레주르 케이크 쿠폰을 받아서 초코 케이크까지 케이크만 세 번 먹었어. 그래서 생일은 뭉클하고 미안하고 배부른 날로 기억해.
② 생일 케이크는 나만을 위한 거잖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걸 축하해주는 마음들이 모인 거니까. 어떤 케이크를 먹느냐 보다는 내 생일을 기억해주고 축하해준다는 데 의미가 있어. 그리고 생일에 받았던 케이크를 다시 보면, 그날의 기억도 생각나서 좋아. 생크림 케이크 하면 감동, 고구마 케이크 보면 파티(만취)
② 생일 케이크에는 꼭 나이만큼 초를 꼽잖아. 그 많은 일을 겪고도 위험했던 순간들이 있음에도 이만큼 무사히 잘 살아왔구나, 축하한다 그런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 그래서 이번 생일도 기적을 이룬 날이야.
20대 중반, 남, 영어교사
① 2009년 22살, 군대에서 맞이한 생일. TV에서 얘기로만 듣던 초코파이 생일 케이크나 먹겠구나 했는데, 소대장이 시내까지 가서 공수해온 뚜레주르 고구마 케이크를 받았다. 고구마 케이크야 많이 먹어봤지만 그때 깜짝 파티로 먹은 군인시절 고구마 케이크의 맛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전우애가 담긴 맛이었다.
③ 같은 해 같은 날 태어난 사람들이 수 없이 많지만,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해준 케이크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
에멘탈 크림치즈 무스 케이크 by 아미엘리
30대 초반, 여, 에디터
① 내 인생의 가장 감동적인 생일 케이크는 고3 생일 케이크이다.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에 ‘HANS’라는 케이크 전문점이 있었는데 10년 전 당시에도 케이크 한 조각이 한 끼를 능가할 만큼 비쌌다. 그래서 친구들과 꼬깃꼬깃 용돈을 모아 시험 끝난 날, 야자 없는 날 등 특별한 날에만 조각 케이크를 사먹었다. HANS에서 가장 좋아한 케이크는 찐한 맛의 뉴욕 치즈 케이크. 수능 끝나고 맞이한 내 생일에 친구들이 돈을 모아 뉴욕 치즈 케이크 한 판을 샀다. 그 후로 우리들의 우정은 치즈 케이크 보다 더 찐해졌고, 아직까지도 HANS는 추억이 가득한 우리의 단골 케이크 집이다.
② 생일 때는 생일 당사자에게 의미가 있는 케이크를 사줘요. 예를 들어, 케이크에 이름이나 글귀를 써서 준다거나 엄청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준다거나.
③ 생일 케이크의 의미는 고마움이에요. 사랑 받고 있구나 그런 느낌? 날 생각하며 누군가가 케이크를 골라주는 구나. 나이에 대한 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그냥 내 생일을 챙겨준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느껴요. 그리고 생일에 꼭 케이크를 먹고 지나가야 한다는 그런 마음은 크지 않아요. 딱히 서운하지도 않고요. 그래도 막상 받으면 기분은 좋아요 J
초코티라미수 by 라본느
20대 중반, 여, 광고AE
①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케이크는 2015년 생일 케이크이다.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에 들어온 지 1년 정도 되는 즈음에 맞이한 생일,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내 자리에는 온갖 풍선장식과 티라미수 케이크가 올려져 있었다. 회사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회사 생활 잘했나 보네” 라며 축하해주시는 순간, 1년 동안 힘들고 기쁜 일이 떠오르면서 지금까지 잘 견뎌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먹은 사회초년생 시절의 티라미수의 맛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② 개인적으로 파리바게트, 뚜레주르 같은 브랜드 베이커리를 싫어하고, 케이크 전문점에서 파는 케이크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티라미수가 진리라고 생각한다.
③ 생일에 케이크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런 필수적인 생일케이크를 생일에 받지 못한다면 아무에게도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 것 같다. 생일 케이크란 사람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30대 초반, 여, 회계사
① 첫사랑 남자친구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벅스 티라미수 케익을 자주 먹었다. 사귀고 나서 내 첫 생일 케이크로 그 친구가 스타벅스 티라미수를 사려고 했는데, 그때 즈음 스타벅스에서 그 케익이 단종되었다. 그런데 조선호텔에서 같은 케이크를 공급한다는 걸 알아내서 조선호텔 베이커리 달로와요에서 그 티라미수 케익을 생일케익으로 사다 주었다. 초코판낼에 잘 쓰지도 못하는 글씨로 ‘사랑해’ 글씨도 써주고. 그 친구는 잊었어도 그 케이크의 정성만큼은 아직도 기억에 진하게 남아, 생일 케이크하면 티라미수가 좋은 추억으로 떠오른다.
② 원하는 걸 말할 수 있다면 역시나 가장 좋아하는 티라미수 케이크를 먹고 싶다.
③ 생일 케이크는 직접 사는 게 아니라,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정성을 담아 사주는 것이므로 맛보다는 그 마음이 더 감동적이다.
딸기 타르트 by 라본느
20대 후반, 여, 만학도
① 23살, 사랑이란 게 무엇인지 한입 한입 알아가던 그 시절, 내 옆을 지키던 전 남친. 내 생일에 숫자 초 23이 빛나던, 아몬디에의 딸기 타르트를 들고 등장했다.
사실 그 순간은 딸기의 상큼함을 느끼기도 전에, 숫자 초 23이 가리키는 내 인생의 불안정함과 혼란스러움을 마주하며 심적으로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지금 생일 케이크 하면 떠오르는 건, 그날의 빨간 딸기 타르트와 그 위에 빛나던 숫자 초 23이다. 그때 나는 혼란스럽기는 했어도 열심히 살았구나, 열심히 사랑했구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고마웠던 전 남친, 너 잘 살고 있니?
② 상대방의 취향을 기억해두었다가 생일날 취향 저격하기. 개인적으로는 스놉의 얼그레이 케이크를 좋아한다. 얼그레이향과 은은한 감미의 조화가 최고다.
③ 선물보다도 케이크가 없으면 허전하다. 케이크에 촛불 밝혀두고 촌스럽게 축하 노래도 듣고 싶고, 나 한 살 먹었다고 인증샷도 찍고 싶다. 그 순간, 그 분위기, 나의 밝은 표정을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은 일종의 생일 세리머니이자 내 인생에 대한 예의이다.
30대 중반, 남, 마케터
① 직장생활 하면서 20대를 소리 없이 보내고 맞이한 30살 생일. 여느 일상처럼 바쁜 업무를 보고 있는데, 택배가 하나 왔다. 보낸 사람이 형수님이다. 상자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파리바게뜨 딸기 롤케이크가 1개도 아닌 5개가 들어있었다. 작은 메모지에 ‘혼자서 객지 생활하는 도련님, 이제 정말 30대 들어선 거 축하 드려요.’ 라고 적혀있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형한테 내 생일을 물어보고 내가 좋아하는 딸기 롤케이크를 준비해서 보낸 것이다. 30대의 첫 생일에 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 받은 서프라이즈 케이크가 내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케이크이다.
③ 생일 케이크에 딱히 의미를 두지 않는다. 무념무상. 감정이 메마른 상태다. 나이를 먹으면서 달라진 듯 하다. 지금은 누가 챙겨주면 어색하다. 그리고 나를 위해 케이크를 사려면 돈이 드니 강탈하는 느낌이 들어 미안하다.